"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었다.
유명한 고전이라 꼭 읽어보고 싶었다.
고전 치고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읽히는 책이다.
이틀만에 읽었다.
그리고 읽고 난 소감은,
"이 책이 왜...? 왜 유명하지?"
가슴이 먹먹해지는 여운도,
마음을 울리는 명대사도,
흥미진진한 기승전결도 없다.
그저 짜증날 정도로 변덕스럽고 속물적인 주인공(콜필드)만 있을 뿐이다.
읽는 내내 "이 시키는 도대체 좋아하는게 뭐야? 이렇게 막나가서 커서 뭐가 되려 그러지?" 란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 질문을 소설의 끝에 가서 주인공의 동생이 대신 해준다.
"아이들이 놀다가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게 지켜주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
이 말이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주인공이 동생 피비의 학교에 쓰여진 욕들을 지우려고 하는 모습에서
피비를 포함한 어린아이들만큼은 자신과 달리 순수함을 지켜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총평: 고전 치고는 읽기도 쉽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쉬우니,
한번쯤은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아래는 내가 좋아하는 시원책방님이 네이버 포스트에 올리신 책 리뷰.
너무 좋은 글이고, 혹시나 삭제될까봐 글도 옮겨왔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미국 문화 형성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며, 한때 젊은이들 사이에서 바이블처럼 읽혔고, 수많은 뮤지션과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20세기 명저 중에 주저 없이 뽑히는 책이기도 하고요. 1951년에 발표된 소설인데, 지금 읽어도 문체나 대화들이 거칠어요. 그러니 당시 문단에서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속어나 비속어, 심지어 욕 등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어요.
『호밀밭의 파수꾼』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품 외적인 사회적인 분위기도 알아야 합니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직접 읽어보신 분은 사실 호와 불호가 극명하게 갈립니다. “도대체 이게 왜?”라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도 꽤 됩니다. 반면 인생 책으로 『호밀밭의 파수꾼』을 추천하는 분들은 보통 청소년 시기에 이 책을 읽은 경우가 많아요. 어른 보다는 청소년 때 이 책을 읽어야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 다는 뜻이겠지요.
한편『호밀밭의 파수꾼』은 비트 운동의 기폭제가 된 소설이기도 합니다. 비트 운동은 1950년대에 시작된 미국의 사회·문화 운동인데요, 관습적인 기존 사회 질서 체제에 대항하고, 권위에 저항하는 반체제, 반문화 운동입니다. 이 비트 운동을 집약해서 보여주는 대표적인 퍼포먼스가 전설이 된 청춘스타 제임스 딘의 〈이유 없는 반항〉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느낌의 영화가 있었죠. <비트>인데요. 그런데 이 세대의 핵심적인 특징들을 그대로 현 사회에 옮겨놓으면 지금의 청년 문화와 비슷하지 않은가요? 비트 세대는 기존 권위에 대한 부정을 스스로의 고립이나 약물, 술 같은 것으로 해소하려고 했던 반면, 요즘 청년 세대는 이런 부정을 ‘병맛’이나 ‘욜로’ 같은 것으로 해소하고 있지요.
『호밀밭의 파수꾼』의 세계는 사실 단순합니다. 이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속물 아니면 순수에 속해요. 중간은 없습니다. 명문 고등학교, 뻔한 친구들, 평범한 여자 친구, 호텔, 술집 같은 것들은 속물의 영역이고, 어린 시절의 추억, 죽은 동생 앨리, 수녀들, 동생 피비는 순수의 세계죠.
홀든은 이 순수의 세계에 속하지 않은 것들을 받아들이지 못해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홀든이야말로 겉모습만 보면 누구보다도 세파에 찌든 어른이라는 점이에요. 끊임없이 담배를 피우고, 퇴학만 네 번째에 당했으며, 툭하면 여자들에게 집적대고, 술도 잘 마시죠. 여자 친구의 사고방식은 싫어하지만 겉으로는 “사랑해”라고 속삭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홀든은 순수를 동경하지만 스스로 순수에 속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동생이 “오빠는 도대체 뭐가 되고 싶냐?”는 말에 낮에 우연히 길 가던 아이가 불렀던 노래가 떠올라 “아이들이 놀다가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게 지켜주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하죠.
말하자면 홀든은 스스로 순수를 회복할 수는 없으니 그것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어 했던 겁니다. 하지만 사실 순수를 지킬 수 없는 것은 ‘어린이는 젊은이가 되고, 젊은이는 늙으니까’ 당연한 순리죠. 홀든은 피비가 다니는 학교 담벼락에 욕이 써 있는 것을 보고 피비가 볼까 두려워 열심히 지우지만, 여기저기에 비슷한 욕이 써 있는 것을 보고 결국 포기합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자연사 박물관의 미라 전시실에 가서 편안함을 느낍니다. 그건 죽은 동생처럼 순수가 박제된 공간과 시간이라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거기서도 미라 받침대 밑에 욕이 써 있는 것을 보고 결국 현기증을 느끼며 쓰러집니다. 순수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후유증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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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암살범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이 '소설'은?
[BY 흐름출판] 『호밀밭의 파수꾼』은 미국 문화 형성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며, 한때 젊은이들 사이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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